저같은 사람도 학창시절에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별로 하고싶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풀어봅니다.
저같이 못생긴 왕따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이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 주제에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그아이가 좋아졌고 저도 이성을 좋아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것은 중학교 1학년이 끝날때 쯤이었습니다. 창백한듯한 얼굴로 정수기앞에서 물을 먹던 그녀를 처음 봤을때 느껴보지못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2학년이 되어서 짝꿍으로 만났습니다. 옆에서 보니 더욱 이뻐보였습니다. 용기내서 딸기우유도 줘보고 말도 많이 걸어봤습니다.
다른 애들과 달리 저를 더럽고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줬고 책을 안가지고 오면 같이 봐줬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에 애들이 저의 책을 훔처갔을때도 필기를 보여줬습니다. 친구끼리 당연한 거라고요? 학창시절 저에게는 절대로 당연한것이 아니었습니다. 있는 책도 훔처가는 판에 필기를 보여주는 애가 있었을까요? 절대로 없었습니다. 그녀를 제외하고는요.
애들의 눈치를 많이 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고백할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습니다. 고백하면 내가 겨우 그정도 수준으로보여? 라고 할까봐..
저와는 너무 다른 세계였으니까..그저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는것도 좋았습니다.
한번은 제가 그녀의 책상서랍에 초코렛을 넣었는데 저를 괴롭히던 아이가 그것을 봤습니다.
"야 XX가 XX좋아한다!!" 반 전체에 이런 말이 반 전체에 울려퍼젔습니다. 순간 너무 창피하고 당황스러워서 저의 얼굴은 빨개졌습니다. 그녀가 저를 멀리할까봐 무서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다음날부터 그녀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필기를 보여달라고 하자 안했다고하거나 다른애한테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늘 자기 자리에서 책을보던 그녀가 언제부터인가 교실끝으로 가서 책을봤습니다. 책을 안가지고와도 같이 보려고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는 됬습니다. 저와 엮여서 좋을게 하나도 없었겠지요. 반에서 입지도 작아질거고 혹시라도 놀림이 자기한테 오지 않을까 걱정도 됬겠지요. 이해됬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두번의 상처를 받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문자사건
제가 중학교때 핸드폰은 반에서 5명 내외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도 핸드폰을 가지고있었는데 책상서랍에 핸드폰을 넣어놓고 문자를 하곤했습니다. 수업시간에 걸리면 뺏기거든요. 그날도 열심히 문자를 하는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습니다. 여자들은 무슨 문자를 하는지. 그래서 그러면 안되지만 곁눈질로 문자를 봤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야 너같으면 이런 냄새나는 돼지옆에 있고싶겠냐?
딱 이 문장이 보였습니다. 냄새나는 돼지이면 저인데 믿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제가 생각하는 몇안되는 저의 편이었고 제가 좋아한 여인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니길 바라며 더 열심히 곁눈질 했습니다. 진동이 울리고 그녀가 핸드폰을 열어 답장을 했습니다. 문맥으로 보아 누가 저의 칭찬을 했거나 잘해보라고 한것 같은데 그에대한 그녀의 대답은 입에 담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를 성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음을 접어야했습니다.
물풍선 사건
여름에 생일파티를 하는 아이들이 빼놓지 않고 사는것이 있었습니다. 물풍선이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수도 꼭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신나게 놀수 있는 놀이가 물풍선 놀이였습니다.그러나 저에게 물풍선은 악몽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느날 방과후세 그녀에게 버디버디 쪽지가 왔습니다. 학교앞에서 잠깐만 보자고 했습니다. 문자사건으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접지는 못했던것 같습니다. 조금은 기대하며 학교앞으로 갔습니다.
살짝살짝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알수없는 미소만 지었습니다. 왠지 예감이 좋았습니다. 구령대로 가자는 그녀의 말에 함께 구령대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잠깐기다리라고해서 구령대 계단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과학실에 숨어있던 아이들이 물풍선을 떨어트렸고 저는 거의 7~8개의 물풍선을 온몸으로 맞았습니다. 멍해젔습니다. 여기저기 킥킥대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절대로 그녀의 주도하에 이루어진것은 아니었을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좋아했던 그녀가 저를 속였다는 것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물풍선을 목에맞아 한의원에도 다녔습니다. 물에 젖은 생쥐꼴이라는 말이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그날 물에 젖은채로 집에오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너무 좋아했던 그녀가 그랬다는 사실 하나가 저를 아프게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사랑은 끝났습니다. 첫사랑도 아니조.저혼자 그냥 좋아했던것이니.
오늘은 문뜩 그녀가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저한테 선듯 필기노트를 건내준 따듯함을 기억하기에..